[건강 칼럼] 성조숙증 [LA중앙일보]     최형석/함소아 한의원 원장

기사입력: 09.27.10 14:33

우리 남편은 군대가서 키가 컸다는데…. 12살 아들을 둔 어머님께서 눈물을 글썽이며 혼자말 처럼 푸념을 하신다. 또래보다 훨씬 작은 아들이지만 조금 늦게 자라겠지 하며 별 걱정을 하지 않으셨단다. 뒤늦게 아이 목소리가 변하고 사춘기에 접어들자 병원 한의원을 다니시면서 아이의 성장이 막바지임을 알고 너무나 속상해 하시는 어머니이다. 이럴 때마다 말씀 전하기도 고역이고 나 역시 참 가슴이 아프다.

최근 타임즈에 성조숙증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내용은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들에게 가슴멍울이 잡혀지는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다. 예전부터 많이 다루어졌던 기사지만 새로운 사실은 흑인들에게 성조숙증이 최근 수년간 더 앞당겨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미 7~8살에 가슴 멍울이 잡혀지니 더 이상 앞당겨질 여지가 없다는 것이 분석이다.

성조숙의 원인으로는 비만이 가장 의심되고 있다.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지방세포가 많아지면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2차 성숙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있다. 그 밖에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의 영향도 있다. 많은 가축들이 호르몬이 들어간 사료를 먹고 이 호르몬은 인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예전에 비해 늘어난 환경자극이 성조숙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성조숙증의 아이들이 어릴 때 다른 아이들보다 체격도 크고 키도 크다는 사실이다. 부모님들은 키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여자아이의 가슴에 멍울이 생기고 남자아이들의 목소리가 변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실제 부모가 관찰 가능한 2차 성징은 남자의 경우 고환의 크기가 변하는 것 여자의 경우 가슴멍울이다. 이런 성징이 나타나면 성장속도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성장지연이나 성조숙증이 의심이 되면 성장전문 클리닉에서는 에스트로겐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성장 호르몬 성장인자 중금속 미네랄 검사 등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나이에 비해 뼈 성장이 너무 빠르지 않는지 살펴보는 골연령 검사가 있다. 간단한 손부위의 방사선 촬영을 통해 RUS라는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손목이나 발뒷꿈치의 뼈 하나만을 촬영해 성장판의 모양을 보고 골연령을 추정하는 방법에 비해 손의 수십개의 뼈 성장상태의 평균을 내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예측신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이 예측신장이나 골연령을 절대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골연령이나 예측신장을 이야기 할 때는 꼭 아이들은 듣지 않도록 하고 부모님께도 아주 조심스럽게 설명을 드린다. 부모 키를 통한 예측이건 현재 키의 프로젝션에 의한 예측 신장이건 RUS 스코어를 통한 예측이건 아이의 미래 키를 정확히 아는 방법은 없다. 단지 이런 검사를 통해 아이가 너무 빨리 성장하는 것이 아닌지 혹시 병적인 상태에 있지 않는지 스크리닝하는 도구임을 명심해야 한다.

점점 외모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병적이지 않은 저신장 즉 평균보다 조금 작은 아이를 두고 속상해 하시는 부모를 보며 같은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백분 이해를 한다. 그러나 단지 키 때문에 예민한 아이들의 자신감이 꺾여서는 안된다. 아이의 키가 작은 만큼 더 많은 격려와 인정을 보내야 할 일이다.

▶문의 1-213-427-7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