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아이와 보내는 건강한 여름 휴가
- 서면 함소아한의원 이병호 원장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서 멀리 나가기 걱정돼요.”
아토피를 앓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고민할 일이다. 작은 자극이나 변화에도 금세 각질이 벗겨지고 진물이 나는 등 심해지는 증상에 마음을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으로 떠나는 여름휴가는 아이의 면역력을 기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의보감에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없는 날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몸이 튼튼해져 쉽게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을 주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들을 너무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만 있게 하다 보니, 자연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해져 생기는 병이 바로 아토피이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 많은 이물질을 자연스럽게 접하여 면역력을 기르는 기회를 줘야한다. 아토피에 대한 염려 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올 여름 휴가법은 무엇일까?
아토피를 앓는 아이에게 가장 최적의 휴가지로는 휴양림, 계곡이 있다. 휴양림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어 햇빛도 차단할 수 있고, 신선한 공기가 가득하여 아이 건강에 좋다.
숲에 사는 풀벌레나 곤충, 지렁이를 아이와 찾아보거나 신발을 벗고 함께 걷는 등 자연스럽게 자연과 접촉할 기회도 많다. 계곡은 물이 고여 있지 않고 흐르기 때문에 아이가 맑은 물과 깨끗한 자연을 접할 수 있다.
바닷가 해수욕장은 피해야 할 곳 중에 하나다. 바닷물 속 염분과 까끌까끌한 모래가 예민한 피부에 좋을 리 없다. 더구나 바다에 드나들면서 피부가 바닷물과 강렬한 햇빛에 반복 노출이 되어 심한 자극을 받는다. 가벼운 일광 화상을 입을 우려도 있다.
수영장은 소독제의 염소 성분이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사람들이 몰리는 곳인 만큼 수질 오염도가 높아 피하는 것이 좋다. 접촉성 피부염, 농가진 등 전염성 질환이 옮을 가능성도 크다.
자극에 민감한 아이들이 피서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음식이다. 마시는 물만 바뀌어도 소위 ‘물갈이’를 하여 복통, 설사에 시달리는 때가 종종 있는데, 평소 잘 접해보지 못했던 음식의 경우에는 자극이 더 강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생소한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거나 상한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는 위험성이 더 커진다.
따라서 아이에게 안전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는 집에서 했던 것처럼 음식을 해먹는 것이 가장 좋다. 간단한 밑반찬 몇 종류를 제철 과일과 함께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가져가고, 주먹밥, 샌드위치 등 휴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간단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을 것을 권한다. 직접 만들어 먹을 경우 위생 상태도 안심할 수 있다.
음식을 사먹을 때는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현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소화기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알러지를 유발하여 아토피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 외식할 때는 위생 상태가 좋은 가게를 고르도록 하고, 간이 세지 않고 자연의 맛을 살린 제철 음식 위주로 먹도록 한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는 자연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좋다. 1년에 한두 번 큰맘 먹고 가는 휴가보다는, 일상에서 자주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한다.
아토피는 인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면역기능이 약화되어 생기는 병이다. 어른의 기준으로 더럽고 해로운 것, 좋고 나쁜 것을 가리게 하는 것보다는 자연의 다양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접하여 스스로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꼭 멀리 나갈 필요 없이 하루에 한 번씩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거나, 집 발코니에 꽃, 허브 등 관상용 식물을 기르면서 아이가 흙을 만지게 해준다. 가족 주말 농장을 한 달에 한 두 번씩 주기적으로 이용하며 가족이 함께 농작물을 기르는 것도 아이가 자연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