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비만 관리
- 부천시청 함소아한의원 노승희 원장
잘 먹는 아이를 보면 그저 흐뭇했는데, 어느 순간 눈에 띄게 오르는 살을 보고 걱정되기 시작하셨나요? 비단 우리 아이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 청소년도 같이 비만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양이 부족하던 아주 예전에는 음식을 잘 먹으면, 말 그대로 잘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먹거리의 양과 질이 달라지고 생활모습도 달라졌죠. 영양부족이 아닌 영양 과잉이 되기 쉽고, 과도하게 흡수된 영양은 몸에서 지방으로 쌓여 비만을 유발하게 됩니다. 예전과 달리 생활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비만의 예방이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비만은 체내에 비정상적인 또는 과도한 지방의 축적 때문에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성인 비만과 달리 소아 비만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아청소년기에 미치는 영향과 성인기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비만 상태가 길어지면 어린 나이라 할지라도 비만에 의한 동반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사증후군,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의 신체 질환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두 번째,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한 소아의 55%는 청소년기에도 비만하고, 비만한 청소년의 80%는 성인기에도 비만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기부터 성인기까지 비만인 경우, 동반 질환의 발생 비율이 성인기에 비만이 된 경우보다 1.7배에서 2.7배까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비만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건강에 악영향이 누적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비만일까요? 비만의 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BMI)는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말합니다. 키와 체중을 단순하게 계산하는 식이지만, 체질량지수는 체지방량 또는 체지방률을 상당히 잘 반영합니다.
성인은 체질량지수 절댓값인 25kg/㎡ 이상을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소아는 체질량지수 절댓값이 아닌 체질량지수의 백분위 수가 비만 진단의 기준이 됩니다. 즉, 키 대비 통통한 정도를 또래와 비교했을 때 몇 퍼센트에 속하는지가 비만의 기준이 됩니다. 나이가 같더라도 키에 따라 적정 체중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85~95 백분위 수는 과체중, 95 백분위 수 이상은 비만, 99 백분위 수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봅니다.
과체중, 비만, 고도비만의 정도를 파악한 후에는 나이에 맞는 체중 관리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나이는 2~5세, 6~11세, 12~18세 이렇게 세 그룹을 나누어집니다. 키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과체중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현재 체중을 유지하거나, 증가하는 폭을 줄이는 정도로 비만 관리를 진행합니다.
비만에 해당하는 경우는 목표 체중과 기간의 한계를 명확히 두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5세는 체중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건강한 식사로 바꾸면서 체중감량이 일어난다면 한 달에 500g 이상 빠지지 않도록 합니다. 6~11세는 체중을 유지하거나 한 달에 500g 정도 감량이 일어나도록 천천히 체중감량을 합니다. 12~18세는 체중 감량을 하되, 일주일에 평균 900g을 넘지 않도록 합니다. 전 연령 모두 체질량지수가 85%가 될 때까지 지속합니다.
이 때 체중관리의 핵심은 식사와 운동입니다. 그런데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죠. 아이와 시간을 맞춰 1시간 정도 밖에서 열심히 걷고 들어온다고 해도, 고작 피자 한 조각의 열량만큼도 소모되지 않습니다.
음식으로 몸속에 들어오는 열량이 너무 많아서, 활동량을 늘려 소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들어오면 도리어 식욕이 늘어 간식 섭취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식사’와 ‘운동’ 중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식사'입니다.
식단 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가당 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7기 자료로는 우리나라 음식 군별 당류 섭취량의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음료 및 차류입니다. 그중에서도 1등은 탄산음료로, 7~12세 남자아이들에서는 가당 음료 섭취가 비만과 높은 연관을 보입니다. 탄산음료 1개에 무려 각설탕 9개 정도의 당분이 들어간다고 하죠.
두 번째 원칙, 섭취하는 총 영양분, 즉 ‘총 에너지’를 줄여주세요. 성장기 아이는 저탄고지 같은 편중된 식단보다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먹는 식단에서 밥양을 조금, 반찬량을 조금, 간식량을 조금 줄여서 전체 식사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세 번째 원칙, 작은 사이즈의 그릇으로 바꾸고, 개인 그릇을 사용하여 음식을 덜어주세요. 이렇게 하면 끼니당 먹는 양을 줄일 수 있고, 특히 6세 미만에서는 이 방법으로 총 열량 섭취를 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즉석식품 줄이기, 배달음식 덜 먹기, 간식 줄이기 등 식단 관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번에 강제로 바꾸려 하면 오래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아이가 치킨을 좋아한다면 섭취 횟수를 줄여주세요. 먹을 때는 평소 먹던 양의 절반만 먹도록 하고요. 올바른 식단 관리는 단기간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식생활 습관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운동은 큰 원칙을 세워 실천하면 충분합니다. 5세 이상이라면 매일 최소 한 시간 이상의 신체활동이 필요하고, 이는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신나게 뛰어놀고, 유산소 운동도 좋습니다.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약간 숨이 차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한 시간씩 일주일에 5번, 숨이 많이 차는 힘든 운동은 일주일에 3번 정도 진행합니다.
소아 비만 관리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서, 아이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소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만성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삶의 방식을 획득하도록 하는 큰 의미가 있고요. 소중한 아이의 삶의 방향을 건강하게 잡을 수 있도록, 온 가족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